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금융, 건설, 유통 업종을 중심으로 불혹의 나이인 40세 이상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472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또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부동산 시장의 버블 붕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경기침체를 넘어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시국에 올해 첫날 윤석열 대통령은 비교적 짧은 약 10분짜리 신년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세계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 ‘수출’과 ‘3대 개혁’을 근간으로 하여 복합 위기를 돌파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 대책에 집중한 발표는 비상 경제 상황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건강한 노사 관계 정착과 지속가능한 연금 계획 그리고 실사구시의 교육의 3대 개혁 과제를 임기 초반에 발표함으로써 그 실천 의지에 동감하며,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고 하니 그 진정성에 공감한다.
한 쪽이 밝으면 다른 쪽은 어두울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안경으로 이 신년사를 보면 어떨까? 지속가능발전은 환경적(친환경성), 사회적(형평성), 경제적(활력) 세 가지 지지대가 조화롭게 구성될 때에 이루어진다. 예로, 하나의 주택 정책이 주택 산업과 시장에 활력을 주고, 무주택자 등 주거 빈곤층을 보호하고 그리고 탄소 감축과 생태 환경에 기여할 때 ‘지속가능발전하다’라고 말한다.
첫째, 이 신년사에는 친환경에 대한 정책이 미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원자력, 탄소 중립...‘스타트업 코리아’의 시대를 열겠다”라고 발표한 정도이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 윤 후보는 한 경쟁 후보로부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대해서 아시는지?”라고 질문을 받은 적도 있었다. 신년사의 핵심인 수출을 하려면, 반드시 택소노미와 ESG라는 문을 통과해야 한다. 실제적으로 수출 기업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ESG인 시대가 되었다. 이런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둘째, 이 신년사에는 형평성에 대한 언급이 없다. 주로 산업과 기업을 위한 지원 중심이다. 그래서 ‘친기업적’이라고도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 지금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나 청년들이 가계 부채나 주거난 그리고 저소득에 허덕이고 있는지! 이에 대한 대책이 발표에서 누락돼 있다. 당연히 보건복지부 등 각 행정부처에서 실시하는 복지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 대책을 신년에 대통령이 언급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자신들을 보살피고 있다는 ‘측은지심의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셋째, 신년사는 경제 활력 중심이다.
‘지속가능발전’의 핵심 가치는 바로 ‘조화와 상생’에 있다. ‘성장과 형평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어쩌면 서로 모순적일 수도 있는, 세 가지의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지속가능발전 정책은 오래도록 그 유효성을 지켜낼 수 있다. 국민들은 따뜻한 신년사 그리고 지속가능발전 국가를 바라고 있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건축학), 지속가능과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