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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대통령실 '백악으로부터 한강으로'에 대한 단상 2022.07.13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7.18
첨부파일0
조회수
426
내용
청와대는 백악산 바로 아래에 터를 자리 잡고 있고, 용산 대통령실은 한강변의 넓은 벌판에 자리 잡았다. 백악 밑 청와대 뜰을 걸으면서 그리고 용산 한강변 대통령실을 바라보면서, 최고 권부의 공간에 대한 여러 단상들이 떠오른다.

청와대는 지리적으로는 은폐된 성소 같은 터였다. 바로 뒤로는 백악산이 우뚝 솟아있고 남쪽으로는 경복궁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도책에도 블랙존으로 칠해진 일반인들의 접근이 금지된 영역이었다. 경복궁과 청와대 사이에는 높은 돌담이 있어서 경복궁을 관람하더라도 청와대를 볼 수 없었는데, 2006년이 되서야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이 개방되었다.

청와대 터는 지금까지 어떻게 이용되어 왔을까? 고려시대 남경 궁궐이 청와대 터에 있었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있으나 아직 확증되지는 못했다. 조선시대에 청와대 터는, 창덕궁의 후원인 금원과 같은 형식으로, 경복궁의 일원으로 왕가의 정원인 금원이었다. 청와대 터가 최고 권력자의 공간이 된 것은 일제 강점기이다. 일제는 1926년 경복궁 터에 조선총독부 청사를 완공하고, 그 후면인 현재 청와대 터에 조선총독관저를 건립하였다. 앞에 청사를, 뒤에 관저를 배치하는 고전적인 형식에 따라 건축했다. 해방이후 조선총독부 청사가 중앙청으로 개칭되고 중앙 청사 용도로 사용되다가 1996년 해체되었다. 그 이후 청와대는 관광지가 되어 버린 경복궁에 의하여 세상과 거리를 둔, 외딴 섬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

청와대 구내에는 본관과 대정원, 영빈관, 관저, 상춘재와 녹지원, 비서동과 춘추관 등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각 건물들은 각각 분리되어 있어 다른 동으로 가기 위해서는 도보로 이동해야만 한다. 기능 연계 측면에서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청와대 주요 건축(1991년 완공)은 30년이 경과했으므로 아직은 노후한 상태로 볼 수는 없다. 본관은 정면 9칸 한식 건축으로 좌우에 부속 건물을 배치했다. 이 칸수는 경복궁 근정전(정면 5칸)보다는 크고 청나라 자금성 태화전(정면 11칸)보다는 작다. 상춘재와 녹지원은 아름다운 서정적인 공간이다.

관저는 건물의 규모에 비하여 터가 좁다. 관저가 후원이 없다는 점이 맹점이다. 경사지를 절단한 옹벽이 바로 건물 후면에 붙어 있다. 전통 한옥에서는 후원이 중요하며, 후원을 보면 그 집주인의 격조를 알 수 있다. 보통 한옥 앞에는 큰 마당을, 뒤에는 작은 화계를 조성한다. 후원은 작지만 고도의 질적 공간이다. 후원이 없는 관저는 집주인들에게 뒤를 보지 않고 앞만 보라는 강요와 같은 것이다. 만일, 아름다운 후원이 있었다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역대 대통령들이 좀 더 사색하고 힐링하고, 뒤를 돌아보면서 정치를 하지 않았을까!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했다. 용산 땅은 청와대 터와는 상반된 장소이다. 지리적으로 볼 때 청와대가 머리라고 하면 용산은 발끝이다. <삼국사기> 고구려기 유리왕조에는 “국내성이 민리(民利)에 좋고, 병혁지환(兵革之患)을 면할 수 있는 곳”이라 하여 천도했다고 했다. 고구려는 대동강변 대성산 아래 터를 수도로 삼가다 국력이 성장하자 대동강과 보통강이 만나는 현재 평양성으로 천도했다. 백제도 공산성(공주)에서 금강이 에워싸는 사비(부여)로 천도했다. 병혁지환을 면할 수 있는 터에서 민리에 좋은 땅으로 천도한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만일 청와대가 병혁지환을 면할 수 있는 터라면, 용산은 민리가 좋은 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청와대가 높고 깊은 곳이라면, 용산 대통령실은 넓고 가까운 곳이라 할 수 있겠다. 큰 강인 한강에 에워싸인 용산은 풍요의 땅이다. 용산 앞 한강에는 바닷물이 들어온다. 이 한강은 강이지만, 물로 보면 바다라고도 볼 수 있다. 용산 한강은 강이면서 바다이다. 용산은 바다에 닿은 땅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의 거처가 산 밑에서 물가로 내려왔다. 용산 대통령 시대는 우리 자신감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넓은 용산 땅과 같이 앞으로 더 도전적이고, 개방적이고, 역동적이어야 하지 않겠나! 또한 한강물과 같이 더 평화롭고 포용적이길 바란다.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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