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책임·투명 경영)에 대한 평가지표가 수십 가지가 있는데, 어느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필자가 생각하는 답은 간단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199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MSCI ESG평가'(MSCI ESG Ratings)가 가장 중요하고, 다른 것들은 덜 중요하거나 활용도가 낮다. MSCI ESG 평가는 공개된 매크로 데이터, 기업 정보, 정부 데이터베이스 등을 활용해 실시되며, 피 평가기업은 정보 검증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MSCI ESG평가는 글로벌 ESG 평가지표 중 유일하게 기업별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있으며, 조사대상 수가 많다. 그래서 ESG 투자시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지표다. 그러므로 국내 기업들은 MSCI ESG평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MSCI ESG평가 세부평가 항목을 들여다보면, 환경(E)은 기후변화, 천연자원, 오염·폐기물, 환경적 기회 등 4개로 구성되어 있다. 책임(S)은 인적자원, 제품 책임, 주주항의, 사회적 기회 등 4개로 구성된다. 투명경영(G)은 기업 거버넌스, 기업 행태 등 2개로 이루어진다.
2021년 12월말까지 MSCI ESG평가 결과가 발표된 국내기업 수는 79개이고, 2022년 들어서 추가로 몇 개 기업이 더 발표되어 현재 MSCI ESG평가 결과가 공개된 국내기업은 80여개다. MSCI의 ESG 평가 등급은 AAA부터 CCC까지 총 7단계다. 동종업계 타 기업과 비교해 우수하면 '선도'(AAA, AA), 평균인 경우 '중간'(A, BBB, BB), 평균보다 낮으면 '후발'(B, CCC)로 분류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MCSI의 ESG 등급을 받은 국내 79개 기업의 평균 등급은 BBB로 전년(BB) 대비 한 단계 올랐다. A등급 이상 비중은 15%p 늘었고, BBB 이하 등급은 줄어 전반적으로 등급이 향상됐다. 국내기업 중에 네이버가 MSCI ESG평가에서 처음으로 최고등급인 AAA를 받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네이버가 MSCI ESG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AA를 받았다고 해서 MSCI ESG평가를 받은 국내기업 79개 중에 1등은 아니다. MSCI ESG평가는 업종내에서만 비교를 하기 때문에 네이버가 10개 업종 IT업종이 아닌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업종 내에서만 1등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네이버가 사내 갈등들이 있어서 과연 최고 등급을 받을 만한 기업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의문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업종에서는 네이버 다음에 카카오, 엔씨소프트, SK텔레콤 등이 A등급을 받았다.
IT업종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AA로 최고 등급을 받았고, 그 뒤를 이어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S, 삼성SDI, SK하이닉스 등이 A등급을 받았다.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IT업종 내에서 최고 등급을 받지 못하고, 3번째 등급을 받은 것은 다소 실망스럽다. 이들 기업은 더 분발해야 할 것이다.
MSCI ESG평가 결과가 발표된 기업들은 ESG 부문별로는 환경(E)과 책임(S) 부문이 투명경영(G)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수가 양호했다. 5점 만점에 환경과 책임은 평균 2.9점을 받았으나, 투명경영은 2.4점에 머물렀다.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평가 등급이 오른 것은 업종별로 사회적 영향이 큰 부분, 즉 비금융권은 환경, 금융업은 책임 부문 개선에 주력한 결과라고 분석됐다.
A등급 이상 기업 중 우리금융지주(AA), 삼성생명(AA), 코웨이(AA) 등급이 BBB에서 AA로 전년보다 두 단계 상승했다. SK하이닉스, 삼성증권, 하나금융지주, SK이노베이션,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기업은 B에서 A로 등급이 올랐다. 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기업은행, 두산중공업, 한온시스템, 현대모비스, 호텔신라, 강원랜드, 한화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었다. 이 중 삼성중공업, 현대모비스, 현대제철은 가장 낮은 등급인 CCC를 받았다.
문형남 국가ESG연구원 원장(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대한경영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