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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영한 교수의 상생주택정책] 90% 자가 보유율 향한 세가지 지지대 2022.01.05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3.04
첨부파일0
조회수
485
내용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은 조그만 자취방에서 나오는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그의 방은 5층집 꼭대기 다락방, 방이라기보다는 벽장 같은 곳이다. 하숙비가 잔뜩 밀려 안주인과 만나는 것을 피하려 하는 라스콜리니코프는 신경과민 비슷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안주인은 몇 달 밀린 방세를 이유로 그를 경찰에 고발하려 한다. 그는 살인 등 모든 것의 원인은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환경에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 동기 중의 하나가 밀린 방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어머니도 고향에서 그의 누이와 같이 셋방에 살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셋방은 빈곤의 상징이다. 셋방, 셋집은, 요즘 용어로 말하면, 임대 원룸, 임대 주택이다.

한국에서 임대주택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국토부가 2021년 8월에 발표한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기 집을 가진 가구의 비율인 자가 보유율은 60.6%이며, 무주택 가구율은 39.4%이다. 자기 집에서 사는 가구의 비율인 자가 점유율은 자가 보유율보다 약간 낮은 57.9%이다. 전국의 총가구 2092만6710가구 중에서 919만6539가구가 무주택가구다. 서울의 경우, 총가구수는 398만2290가구인데, 이중에 51.5%인 205만4216가구가 무주택 가구이며, 자가보유 가구수는 192만8074가구(48.4%)이다. 보통, 일반 아파트 거주가구의 50% 내외가 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국의 자가 보유율 60%는 국제적으로 어느 수준인지 자가 점유율 비교를 통해서 보고자 한다. 한국 자가 점유율 58%는 일본(61.2), 프랑스(62.0%), 미국(63.2), 영국(64.6%) 등에 비하여 낮고, 스위스(38.0%), 홍콩(49.8%), 독일(44.1%)에 비해 높다. 자가 점유율 80% 이상인 국가로는 루마니아(95.9%), 크로아티아(89.7%), 슬로바키아(89.6%) 등 동구 국가들과 싱가포르(90.4%), 대만(89.2%), 중국(80.8%) 등 동아시아권 국가들이 있다. 자가 보유율 60~70%인 서유럽 주요 국가들은 무주택가구의 주거 문제를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을 높이거나 아니면 공공이 관여하는 민간 주택 유형인 사회주택의 비중을 높여서 해결하고 있다. 영국은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을 17%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는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5% 내외로 적지만 사회주택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동구권 국가들의 높은 자가 점유율은 사회주의 계획 경제 하에서 공공 주택을 집단적으로 대량 공급하여 달성한 것이다.

한국에서 자가 보유율 90% 달성은 단지 헛된 꿈일까? 싱가포르와 우리 이웃인 대만은 90% 이상이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96%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100%) 자가 소유 사회를 목표로 주택 정책을 추진하여 오고 있으며, 그러나 그 추진 방식은 서로 다르다. 싱가포르는 공공 주도로 주택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주택보급률 112.6%이며, 공공임대주택 비중 4.7%, HDB라는 공공분양주택이 비중 72%를 차지하여 공공주택 비중이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만은 정부의 관여를 최소화하고 민간 주도의 자유 시장 기반 주택 공급 방식을 채택하여 오고 있으며,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은 단지 0.2%다. 이 양 국가의 시사점은 무엇일까?

싱가포르와 대만과 같이 자가 사회 즉, 자가 보유율 90%, 무주택 가구율 10% 사회를 달성하기 위하여 우리 사회가 감내해야 할 짐은 무엇일까? 자가 사회는 다음 세 가지 지지대가 바로 세워질 때에 성취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주택 보급률 110% 달성이다. 현재 주택 보급률이 104%인데, 여기에 125만호를 순증하여 주택 보급률을 6% 더 높여야 한다. 20대 대선 주자들이 250만호 이상의 주택 공급을 공약하고 있다. 무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50만호 중에서 순증 주택이 얼마나 되냐가 중요하다. 이 문제에 대한 추가 약속이 요구된다. 크게 볼 때, 주택 공급은 기존 주거지의 정비 사업과 신규 택지 공급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제 3기 신도시와 같은 신규택지를 통한 주택공급은 대부분 순증 요인으로 무주택자가 내 집을 소유할 수 있는 큰 기회가 된다. 정비 사업에서 일반적으로 주택수를 30% 이상 늘리기가 쉽지 않다. 순증 주택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존 용적률보다 용적률을 상향해 주어야 하며, 너무 과하게 높여주면 주거 환경이 열악해지는 문제가 발생하여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역세권 고밀도 주택 개발을 위한 과도한 혜택은 대지주에 대한 특혜 소지와 함께, 장기적으로 열악한 주거 환경의 문제를 남기게 된다.




환경 파괴를 수반하는 신도시 개발 방식보다는 기존 주거지를 재활용하는 정비사업 방식이 더 지속가능하다. 도시 계획적으로 주택의 용지로 규정되어 있는 일반주거지역 중 제 2종 일반주거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아직은 저밀도 상태이다. 서울시의 경우, 제 2종 일반주거지역이 주거지역 면적 325㎢의 26%인 84.5㎢로 약 2500만여 평에 이른다. 이 지역에 대한 층수 규제 해제와 용적률 상향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재건축 안전기준, 정비사업 절차, 주택담보대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둘째, 민간 임대주택 시장에 대한, 한시적으로, 공공 관여가 필요하다. 서구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제 1차 세계 대전 이후 주택 임대료를 규제하여 왔다. 1980년 이후 이 규제를 완화하여 오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주택 임대료 규제는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한국은 주택 점유 유형에서 민간 임대주택의 비중이 약 35%로 다른 국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다. 비슷한 수준의 독일은 임대료를 규제하고 있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최근 규제를 풀어서 임대주택 대란이 일어났다.

최근 몇 년 동안 일어난 주택 대란의 뿌리는 바로, 민간 임대주택 시장이다. 주택 임대료와 매매가가 서로 끌어당기면서 가격을 올렸다. 매매가를 올리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고, 매매가가 올라가니 이에 따라서 임대료를 또 올렸다. 지역에 따라서 임대료도 더블, 매매가도 더블이 되었다. 『죄와 벌』에서 전당포 노파의 고리대금이자는 1년에 더블이었다. 정확히는 매달 1할이었다.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이고 공기관이라고 하지만, 고리대금업 수준의 폭리는, 사회 정의 차원을 떠나서,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민간 임대주택의 임대료와 임대기간에 대한 공공 관여가 필요하다. 임대료는 가계 소득과 주거 비용의 비율을 나타내는 슈바베 지수와 은행 이자율을 함수로 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 슈바베 지수가 25%이하가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거 비용에는 임대료, 전기료, 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은행 이자율과 연동된 적정 임대료 상승률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3년 임차기간과 1차 갱신 청구권 부여와 함께 세제 혜택 등 임대인을 대상으로 하는 실효적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저소득층 가구의 자가 보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자가 보유율이 저소득층은 46.4%, 중소득층은 59.6%, 고소득층은 76.1%다. 특히, 수도권 자가 보유율은 저소득층이 34.2%, 중소득층이 51.5%, 고소득층이 70.2%다. 저소득층의 주택 문제를 임대주택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공공 임대 주택 건설에 지출해야 하는 재정 투자의 한계도 문제이거니와 공공 임대 주택 운영상의 비효율성도 지적할 수 있다. 저소득층의 주택 문제는 자가 보유율 확대로 풀어나가야 한다. 저소득층의 노후 생활 보장 측면에서 자가 소유가 중요하다.

저소득층이 매수할 수 있는 주택 즉, 부담 가능한 주택(Affordable Housing)을 다량 공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PIR 5-7 수준이 적정하고 본다. 가구당 1년 소득의 총합을 5-7년 모은 소득의 합이 바로 가격이 되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저리 모기지 금융을 개발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의 일부를 정부가 보조하여 주택담보대출 이율이 2%이하로 유지되게 할 필요가 있다. 2022년도 정부는 약 15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하여 22조8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였다. 이 15만호를 저소득층에 공공분양하고 22조8000억 원을 이들의 주택구입자금에 보조해주는 것은 어떨지? 1석 2조이지 않을까? 공공임대주택의 건설에 들어가야 할 비용을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일부 보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현재 공공임대주택 재고는 170만호, 약 8%로 OECD국가 평균에 이미 도달했다. 앞으로 공급할 공공 주택을 분양 주택으로 할지, 임대 주택으로 할지 검토해야 한다. 자가 보유 사회에 동의한다면, 공공분양주택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한다. 또한 170만호의 공공임대주택 중에서 노후 주택은 고밀도로 재건축하여 일정 부분을 공공분양 주택화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직 한국에는 사회주택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사회주택은 민간주택과 공공주택의 양극적 주택 시장에서 제 3의 주택 유형이 될 수 있다. 공공과 민간 공유 주택이나, 공공이 관여하는 민간 주택인 사회주택을 하나의 주택 점유 유형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사회주택은 주택 가격의 상승과 하락의 진폭을 낮추어 주택 시장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 사회주택의 비율을 10%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었다.’로 <죄와 벌>의 마지막 문장은 시작된다. 라스콜리니코프의 8년 시베리아 유형지까지 따라간 소냐. 노파 살해와 이에 따른 벌, 유형지 체류 1년 후 이들은 서로 사랑으로부터 새 생명을 얻게 된다.

자가 보유율 90% 시대는 ‘새로운 역사’라고 해도 된다. 2030년경이 되면 주택보급률은 입주기준으로 110%가 될 것이다. 거주가구의 소득에 따라 주택가격은 크게 다를 수가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득차이가 30배가 난다면 주택가격 차이도 30배 나는 것이 정상일 수 있다. 그리고 가격은 상황에 따라서 급등할 수도 있고 급락할 수도 있다. 유주택자들에게는 큰 문제가 안된다. 무주택자 비율이 40%인 한국은 문제가 크다. 대란이 될 수 있다. 주택 문제는 결국 무주택자들의 문제이다. 건강한 자아를 가진 주체로서 국민이기를 원한다면, 셋방 살이가 아닌 내집 살이 사회가 답니다. 자가 소유는 새 시대의 문이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전 주택도시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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